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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 1. 14.

    by. 호위무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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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가 된 식물들

       

      향수가 된 식물들 도서의 책소개로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마스터 조향사이자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 에르메스의 수석 조향사였던 장 클로드 엘레나. 그가 ‘향수 식물학’이라는 새로운 테마로 우리 곁에 찾아왔다. 향수와 식물이라니, 이름만으로도 설레고 기대되는 조합이다. 이번 《향수가 된 식물들》은 조향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장 클로드 엘레나가 40여 가지 향기로운 식물들을 엄선해 그 식물들이 향수에 어떤 영감을 주고 어떻게 향수로 변신하는지를 소개한 책이다. 그가 직접 조향한 에르메스의 ‘운 자르뎅 수르닐’, ‘떼르 데르메스’, 시슬리의 ‘오 드 깡뺘뉴’, 까르띠에의 ‘데클라라시옹’, 프레데릭 말의 ‘로 디베’ 등 유명 향수는 물론 디올, 샤넬, 겔랑 등 70여 가지 향수들이 어떤 식물의 향에서 시작되었는지, 식물과 향에 얽힌 추억이나 향수 탄생 과정의 에피소드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던 흥미로운 내용들이다.

       

       향수가 된 식물들 도서의 책소개

      프롤로그에서 장 클로드 엘레나가 한 말은 조향사로서 그의 일하는 방식과도 같다. 이번 책에서 보여준 식물에 대한 깊은  애정은 그가 세계적인 향수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던 근원이기도 하다. 향수의 본고장인 프랑스의 그라스에서 나고 자란 그는 오래전부터 향기로운 식물을 접했고, 식물과 친밀한 교감을 나누며 향수를 만들어왔다. 그렇기에 이번 책까지 집필할 수 있었다.

      조향사로서 향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향을 고르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3대째 아이리스를 수집하는 매장에서 매년

      새로운 품종을 주문하고, 직접 푸이로 가서 600송이 아이리스의 향을 하나하나 맡아본 후 주문서에 향기의 특징을 메모하는가 하면, 인도양의 레위니옹섬에 가서는 일부러 생드니의 작은 시장을 돌아다니며 감미롭고 나른한 일랑일랑의 향을 즐기는 등 조향사라는 직업의 진정성을 추구해왔다.

      특별히 선호하는 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엘레나는 항상 “향이라면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하고 그 이유도 다르다”라고 답한다. 향수를 제조할 때 향은 기본적으로 화학 처리를 해서 만들고, 그 사실을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답한다는 말에는 향수 애호가들에 대한 배려마저 느껴진다. 또 혼합 향신료는 남녀 향수 구분하지 않고 사용되기 때문에 ‘향에는 남녀 구분이 없다’는 그의 오랜 가치관은 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책에서는 꽃의 이용 가치가 생산량과 가격의 두 가지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조향 세계의 현실적인 면도 엿볼 수 있다. 아이리스 추출물은 당근 추출물보다 50배나 비싸기 때문에 조향사들은 당근 추출물을 더 많이 사용하고, 스위트오렌지 대신 비타오렌지 에센스를 선호하는 것도 가격 부담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투베로즈, 재스민, 오렌지 꽃, 수선화 등 흰색 꽃일수록 향이 강해 향수 재료로 사용된다는 이야기와 1,000여 가지의 향료 물질이 들어가는 향수에는 자연에서 얻은 향료 물질이 약 800개이고 꽃의 추출물은 약 15개 사용된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다. 

       

       저자소개  장 클로드 엘레나 (Jean-Claude Ellena)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마스터 조향사이자 조향계의 살아 있는 전설. 1947년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향수의 본고장 그라스에서 태어났다. 17세에 스위스 제네바의 향수전문학교인 지보당Givaudan에 입학했으며 그라스의 최대 향수 회사인 앙투안 쉬리Antoine Chiris의 조교를 거쳐, 이후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매혹적인 향의 연금술사가 되었다. 14년 동안 에르메스 전속 조향사로 지내며 에르메스 향의 세계를 구축하다가 2018년부터 독립 조향사로서 70대인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에르메스의 ‘운 자르뎅 수르닐Un jardin sur le Nil’, ‘떼르 데르메스Terre d’Hermes’, ‘에피스 마린Epice marine’, 까르띠에의  ‘데클라라시옹Declaration’, 시슬리의 ‘오 드 깡뺘뉴Eau de campagne’, 프레데릭 말의 ‘로 디베L’Eau d’Hiver’, 라티잔 파퓨머의 ‘브와 파린Bois Farine’, 반클리프 아펠의 ‘퍼스트First’, 입생로랑의 ‘인 러브 어게인In Love again’, 불가리의 ‘오 파퓨메 오 떼 베르Eau parfumee au The vert’ 등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많은 향수들이 그의 코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1990년대가 되어서야 조명을 받기 시작한 ‘조향사’라는 직업의 진정성을 추구하며, 평범한 길에서 벗어나 미니멀리즘과 단순함에 근거한 조향 예술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작 : <향수가 된 식물들>,<나는 향수로 글을 쓴다>

       

       발췌문

      처음에는 애송이에 불과했던 인간은 점차 신과 자연을 모방해 만물의 이치를 이해하고 싶어 하면서 에센셜 오일이나 향수를 만들었다. 에센셜 오일과 향수 같은 단어들은 그냥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를 만들기 위해 인간은 처음에 식물을 사용했고, 나중에는 화학물질을 사용했다. 사람에게도 안 좋은 냄새가 난다(본인은 모르겠지만). 다행히 향수는 좋은 취지를 가진 인간이 만든다. 냄새가 원래 그리 좋지 않은 재료라고 해도 조향사들은 결국에는 좋은 향기를 뽑아낼 수 있다. 생각지도 못한 냄새가 간혹 좋은 향수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조향사들은 향기가 천 가지의 말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귀를 기울여 각 향기가 전하려는 말을 이해한 후에야 핵심에 다가간다. 향기는 복잡하고 신비로워서 사랑받는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절대로 자신을 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브와 파린은 개별 주문을 받아 판매했는데 이 향수의 테마는 ‘여행하는 조향사가 훔친 향’이었다. 나는 고객들의 취향에 맞는 향수를 만들기 위해 늘 수첩에 아이디어를 빼곡하게 적고 자주 그 수첩을 펼쳐본다. 그러다가 내 눈이 멈춘 곳이 꽃나무  루이지아 코르다타Ruizia Cordata였다. 이 꽃나무에 대해 내가 적은 메모는 ‘밀가루 냄새’였다.
      출장을 갔을 때 시간 여유가 잠깐이라도 생기면 나는 식물원에 가곤 했다. 식물원은 조향사에게 아이디어로 가득한 보물 창고와 같은 곳이다. 밀가루 냄새가 나는 꽃을 발견한 나는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뻤는데,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자연에게서 받은 최고의 선물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발견에 들뜨고 행복해진 나는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미래의 향수에 붙일 이름을 미리 알려주었고 승낙까지 받았다. 참고로 사용할 밀가루 한 봉지도 샀다. 귀리 향이 나는 화학물질 오리본Orivone과 버지니아삼나무, 백단을 블렌딩하니 감성을 자극하는 향수가 만들어졌다. 그 향수가 브와 파린이었다.


      제비꽃은 생산량이 많지 않아 추출물이 매우 비싸다. 오히려 꽃잎보다 잎사귀 부분이 10배 가까이 저렴해서 향수 회사들은 현재 제비꽃 잎사귀의 추출물을 사용한다. 제비꽃 향은 꽃 없이 화학 기술을 통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이오논Ionone 덕분이다. 바닐린을 발명했던 독일 화학자 페르디난드 티만은 1893년 에센셜 오일에서 향기화합물 이오논을 발견했는데, 이오논에서 아이리스(붓꽃)와 비슷한 향이 났다. 그런데 티만은 이오논이 제비꽃 향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자 제비꽃향에 매력을 느낀 프랑스향수회사 로제앤갈레Roget et Gallet는 또 다른 프랑스 향수 회사인 드 레르De Laire와 협상에 나섰다. 드 레르는 티만이 근무하던 독일 화학 회사 하르만앤라이머Haarmann & Reimer와 협력 관계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로제앤갈레는 이오논을 단독으로 사용할 권리를 얻어 1905년에 ‘베라 비올레타Vera Violetta’라는 향수를 출시했다.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향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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